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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. 이만하면 오늘 같은 밤. 술친구로 괜찮을 듯싶었다. 조금 망설이다가 나는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. 문자메시지는 참 고마운 도구다. 전화 통화의 어색한 침묵과 말줄임표의 곤혹을 감당하기 실을 떄 더 없이 유용하다.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인간관계의 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까마득했다.
친밀하지 않은 사이의 이성에게 문자를 보낼때는 일단 자연스럽고 쿨해 보이는 게 중요했다. 평소 오매불망 당신 생각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. 그러나 오늘 불현듯 당신이 떠올랐다는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. 그리고 자연스런 답장을 유도하기 위해 마지막 문장은 반드시 의문문으로 하는 것이 좋다.
- 문득 생각나서 연락드려요. 얼굴 잊어버리겠어요. 심심한 저녁이네요. 뭐 하고 계세요? ^^
이모티콘을 뺄까 하다가 그냥 넣어서 보냈다. 터덜터덜 걸어 다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. 고요하기만 한 전화기를 나는 공연히 만지작거렸다. 삐빅. 문자메시지 수신음이 울린 것과 버스가 도착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. 미련 없이 버스를 포기하고서 나는 부리나케 휴대폰을 확인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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액정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.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. 내 인생이란, 정말이지 딱 요 모양이다. 기다리는 전갈은 도착하지 않고 엉뚱한 유혹만 넘실댄다. ... 중략
- 정이현 "달콤한 나의 도시" 중에서

